인생의 하방을 구축하는 일: 밀려나지 않는 삶을 위한 자산 재배치 [내집마련 3편]

내 집 마련이 단순한 부동산 투자가 아닌 이유. 월세 vs 원리금 상환의 현금 흐름 구조 차이, 비대칭적 투자 전략,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레버리지 활용법까지. 서울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30대 부부의 자산 재배치 전략을 소개합니다.

방패 안에 집 아이콘이 있는 미니멀 디자인으로 인생의 하방 방어 전략을 시각화한 구름행복연구소 블로그 썸네일
내 집 마련으로 인생의 하방을 구축하는 방법 - 밀려나지 않는 삶을 위한 자산 재배치 전략을 확인하세요.

최근 뉴욕에서 파격적인 주거 공약으로 당선된 맘다니 시장의 이야기는, 비단 태평양 건너의 일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천정부지로 솟은 주거비에 짓눌린 젊은 세대가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든 것입니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거대한 '성벽'을 실감하게 합니다.

'밀려나는 삶'이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터전이 서울 외곽으로 점점 밀려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거대한 흐름에 맞서, 우리 부부의 삶을 '성벽 안'에 단단히 고정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첫 번째 행동이 바로 '내 집 마련'입니다.

1. 기회비용이라는 '보험료'

물론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일정 수준의 큰 자금을 부동산에 깔아놓는 것은 기회비용 낭비가 아닐까?" 지난 7년간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이 돈을 주식 시장에 둔다면 자본 소득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기회비용을 '안정'을 위한 기꺼운 보험료로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금융 자산의 성장 속도가 조금 늦어진다 해도, '주거 안정'이라는 절대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순간으로 판단했습니다. 어차피 집을 사지 않아도 그 기회비용(월세, 전세 이자)은 타인에게 지불되며 100% 소멸될 뿐입니다.

2. 우리가 내릴 수 있는 4가지 선택지

우리가 '집을 산다 / 사지 않는다'를 선택했을 때, 시장 상황에 따라 펼쳐지는 시나리오는 명확합니다.

  1. [Buy -> 집값 상승]: 성공입니다. 실거주하며 자산 증식을 누리거나, 더 나은 곳으로 갈아탈(갈아타기) 사다리가 생깁니다.
  2. [Buy -> 집값 하락]: 괜찮습니다. 어차피 우리 가족이 살 집은 필요했습니다. 실거주하며 다음 사이클까지 '버티면' 됩니다.
  3. [Don't Buy -> 집값 하락]: 이론상 '매수 타이밍'이지만, 실제론 최악의 패착이 될 수 있습니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때, 모든 언론이 폭락을 외칠 때 용기 내어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4. [Don't Buy -> 집값 상승]: 끝입니다. '대응 불가'의 영역입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영영 멀어지고, 폭등한 전세와 월세를 감당하며 '밀려나는 삶'을 그대로 살아야 합니다.

이 4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집을 사는 행위'는 최악의 상황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방어 전략입니다.

집값 상승과 하락 시나리오에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선택지를 비교한 비대칭적 투자 전략 다이어그램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유리한 위치 - 비대칭적 선택권으로 하방을 방어하는 내 집 마련 전략

3. 인생은 '하방'을 구축하는 과정

우리는 흔히 투자란 '상방(Ceiling)'을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의 본질은 '하방(Floor)'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실직해도 배당금이 나오고, 사업이 망해도 생활비가 들어오는 시스템.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기본은 '내가 망해도 돌아가 살 집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집을 산다는 것은 우리 부부가 어떤 위기에도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그 최소한의 '하방'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4. 7년간의 '공격'을 '방어'로 치환할 때

이런 관점에서 부동산은 주식(성장주)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주식이 '열린 상방'을 노리는 날카로운 '창'이라면, 부동산은 '닫힌 하방'을 가진 묵직한 '방패'입니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이고, 거래가 어려우며(유동성이 낮고), '실거주'라는 강력한 효용 가치가 있습니다. 이 특성들이 금융자산과 비교할 수 없는 견고한 하방을 만듭니다.

그래서 투자의 과정이란, (1) 창(성장주)으로 열린 상방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2) 그 성과를 굳건한 방패(부동산, 배당주)로 치환해 지키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지난 7년간 열심히 일하며 월급을 모았고, 금융자산 투자를 통해 '창'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습니다. 이제 그 성과를 '방패'로 바꿀 때가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을 살 기회가 왔다면, 그 기회를 단단히 잡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 레버리지: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유일한 전략

부동산이라는 '방패'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강력한 '공격' 무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레버리지'입니다.

예를 들어 3억 원의 자기자본으로 6억 원의 대출을 받아 9억 원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집값이 10% 오르면, 9천만 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는 나의 원금 3억 원 대비 30%의 수익률입니다. 레버리지가 수익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물론 집값이 떨어질 리스크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서울 핵심지의 국민평수(국평) 부동산은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가장 확실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작동해왔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현명한 전략은 '가진 것은 실물자산(집)이요, 빚진 것은 화폐(대출)'인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갚아야 할 6억 원이라는 '숫자'는 30년 뒤에도 6억 원으로 고정되지만, 30년 뒤 6억 원의 '실질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아져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소비재'로서의 집, 불안을 끝내기 위하여

찰리 멍거는 "집은 소비재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생존의 기본을 보장하는 소비재'라고 해석합니다.

내 집이 없으면, 우리는 밀려납니다. 전세금을 감당 못 하면 더 외곽으로, 더 열악한 환경으로 밀려납니다. 나이가 들어 소득이 줄어도, 이 불안은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 집이 있으면, 최소한 살 곳은 보장됩니다. 실직해도, 사업이 망해도, 우리 가족이 돌아갈 집은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7년간 모은 자산으로 지금 집을 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단한 하방 구축, 거대한 레버리지의 활용, 확실한 인플레이션 방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넘어, 더 이상 '밀려나는 삶'의 불안을 안고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